작품정보

작가            박인성

작품명         Inscape

제작방식      mixed media on pigment printed matt canvas

크기            100cm × 80cm × 5cm

제작년도    2022

작품소개

그렇다면 실재란 무엇이며, 그것을 불분명하게 또는 의심하게 만드는 가상 또는 환상이란 무엇인가. 
박인성의 작품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며,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는 다양한 시도의 과정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차곡히 담아낸다. 

작가는 필름, 사진, 다큐멘터리 그 자체를 작품의 주제로 또 질료로 다루며 기록물과 기록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에 드러나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그리고 대상의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간극에서 비롯되는 질문들을 화면 위에 옮겨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며 흔히 사용하는 매체의 일상적인 사용법을 비틀고 뒤엎는 그의 작품 제작 방식은 예술작품 또는 기록 매체에 제기되는 고유성 또는 유일성에 대한 의심과 그것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객관성을 탐구하는 일종의 실험이자 그것의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자체를 기록과 다큐멘터리의 정의와 기능에 대한 토대를 흔드는 하나의 메타포로 활용하고 있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에서

전시 ‘환상 속의 그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느 대중가요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코드를 해체하고 새로운 형식과 감수성으로 생경한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맥락에서 박인성의 작품과 결을 함께 한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는 가사처럼 박인성의 희뿌옇고도 모호한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식별 불가능한 대상과 이미지 너머의 실체에 집중하게 하며, 그 속에서 오롯이 선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 본질을 통찰하도록 한다. 그 무엇보다도 ‘실체’를 쫓는 한 화가 혹은 작가의 환상에서 비롯된 세계는 실재보다도 더 치밀하게 짜여진 환상의 힘을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며, 동시에 그 환상을 또 한 번 꿰뚫는 실재의 힘이 한데 포개어져 있다.

- 이지인, <환상과 실재의 천첩(臶疊)>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