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X TANT]2023 SSAC-THREE PROJECT 3 [김민제, ALL BOGUS]


김민제 ALL BOGUS

2023.6.1(목) ~ 2023.6.20 (화)

비영리전시공간 싹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287 B1)

운영시간 10:00 - 18:00 (전시기간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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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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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한 ‘진짜’인가? 

정연진(독립 큐레이터, 예술학)

 

수집은 문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존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고고학자들은 기원전 4,000년경 사람들이 작은 석기 모형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수집의 기원이라고 추정한다. 또한 어떠한 인류학자들은 수집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를 일컬어 ‘호모 컬렉투스(Homo Collectus)’, 즉 ‘수집하는 인간’이라는 단어로 제시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것을 모아왔다. 동전, 우표, 미술품, 장난감, 가구, 음반, 수석 등 일반적인 것들부터 콜라병, 병뚜껑, 비닐봉지, 전단지 등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왜 모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까지 소중하게 모으는 호모 컬렉투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수집품은 보통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사용되고 소비되어야 하는 것들은 수집되면서 감상 또는 분석의 대상이 된다. 

작가 김민제는 수집으로 인해 물건의 기능과 용도가 변모하는 것에 주목한다. 그 중에서도 현 세대에서 대표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발 수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발 수집가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를 수집한다. 단지 예쁘다, 재테크의 수단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어린 시절 선망했던 제품을 나이가 들어 구매력이 생기게 되면서 구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이전의 혹은 현재의 욕구를 채운다. 또한 과거에 자신이 겪은 혹은 신발 모델 자체에 담긴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추억을 되살리는 향수의 매체로 신발을 수집을 한다. 작가 또한 중학생 시절 조금씩 돈을 모아 원하는 신발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학생에게 몇 십만원이라는 돈은 무척 큰 돈이며, 이를 위해 어린 학생은 자신의 삶 속 소소한 즐거움들을 포기하며 돈을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갈망하던 그것을 얻었을 때의 쾌감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그를 신발 탐닉에 빠지게 한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신고 나갔다가 전용 클리너로 닦아 놓기도 하고, 실내에서만 신어보고 즐거워하거나, 차마 아까워 신지 못하고 상자 채 보관하거나 그저 소장의 뿌듯함에 감상의 수단으로만 사용했다. 수집이라는 전제하에 신발이 ‘땅을 딛고 서거나 걸을 때 발에 신는 물건’이라는 일반적인 용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즉, 누군가의 발에 신겨져 거리를 활보해야 할 물건이 마치 프레임 속에서 혹은 ‘만지지 마시오’라는 안내판과 함께 가이드라인 안쪽에 위치한 예술작품화 된 것이다. 이러한 물건의 신분상승화에 따라 그는 아예 ‘신을 수 없는 신발’을 만들었다.

가죽과 고무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어려운 신발을 지난번에는 석고, 이번에는 FRP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보존 및 변형에 강한 재료를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6가지의 모델이 등장한다. 주를 이루는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신고 경기에 뛰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던 시리즈’로 가장 많은 신발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는 상품이다. 수집가들의 열망과 사랑의 집약체인 ‘조던’을 그는 조각으로 변모시켰다. 

이와 더불어 그는 거대한 신발 상자도 선보인다. 익숙한 디자인과 색상의 거대한 신발 상자는 마치 원하던 신발을 얻고 이를 손에 얻었을 때 심리적으로 느껴진 신발 상자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았을까? 상자만 보아도 두근거리던 마음이 신발 상자마저 거대하게 느껴지게 했다. 마치 커다란 선물 상자를 받고 개봉을 앞둔 아이의 마음처럼 말이다.

매장 안 쇼윈도와 닮은 모습으로 설치된 그의 신발 조각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모두 하얀색을 띄고 있다. 깨끗한 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색상인 흰색의 신발들은 티끌 하나 묻지 않는 모습으로 완벽한 새것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이야기 한 고흐의 작품 속 신발은 이를 통해 존재자를 추측하고 이를 대변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민제의 신발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대리석 조각처럼 존재자의 추측이 전혀 불가능하다. 지저분한 진흙과 방금 고된 하루를 보내고 벗어 놓은 듯한 고흐의 작품 속 신발을 통해 하이데거가 농부의 고단한 삶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로고는 빠져 있지만 실제와 꼭 닮았으며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새하얀 그의 신발은 외관만으로도 대조되며 예술작품 속의 이야기를 전혀 추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극적인 모습이 신발이라는 모티프를 되려 신격화하였다. 마치 수집가들이 원하던 신발을 ‘영접’했을 때의 느낌이 시각 화된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와 작품을 통해 ‘All Bogus (things)’ 즉, 모두 가짜라고 외친다. 물론, 이는 신발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발이기에 ‘가짜’일 수 있다. 하지만 수집가의 손 안에서 용도 변경되어 버린 ‘신발’은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신발’의 가치는 작가 김민제가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수집 욕구에 대하여 작가 본인의 경험을 되돌아보아 고심 끝에 세상에 나타난 그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신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신발 수집가들은 자신들의 신발이 예술작품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의 세계에서는 어떤 값비싼 신발이 와도 이는 예술품이 아니며, 그의 작품을 ‘진짜’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신발은 그저 물건일 뿐이며, 예술작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대상일 것이다. 이렇게 ‘진짜’와 ‘가짜’의 주관적인 경계선 그 가운데, 물질과 예술작품 그 사이에,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당신의 ‘진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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