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X TANT]윤윤재 [불안한 개인전]


윤윤재 [불안한 개인전]

2024.1.11(목) ~ 2024.1.25 (목)

비영리전시공간 싹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287 B1)

운영시간 10:00 - 18:00 (전시기간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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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재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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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개인전


문은주(비영리전시공간 싹 큐레이터)


 N포 세대의 시대에서 삶의 자유와 세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대인들은 지위, 팔로워 수 등으로 가치를 매기고 권력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을 기준도 모호한 것들을 타인과 비교하며 나의 위치를 확인한다. 스스로에게서 가치폄하된 삶은 반복되고 지루해질수록 개인의 자존감을 짓누른다. 일상 속에서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와 같은 자조적 물음, 즉 권태와 허무함에 고통을 느끼는 우리는 이 질문을 극복할 수 있을까.

 윤윤재 작가는 암의 발병 이전에는 제 삶이 허무하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완치되었지만 재발에 대한 불안감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럴 때마다 목을 쓸어내려 확인하는 방법으로 불안감을 잠재웠다. 불안함이라는 감정은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났고 그건 이내 습관으로 굳어졌다. 암이 다시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지내게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윤윤재 작가의 허무를 극복시킨 것은 불안이었고 쓸어내리는 행위는 캔버스 위로 옮겨졌다. 다시 말해 삶에서 느낀 권태와 허무를 불안을 동반한 생존 욕구가 극복할 수 있게 하였고, 그 생존 욕구는 다시 창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윤윤재 작가의 작업적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느끼는 허무와 불안의 역사를 되짚어본다면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중세시대의 사람들은 종교와 신이라는 존재 아래 그들의 뜻대로 살았으며 형이상학적 진리에서 가치를 찾았고 모든 일은 신의 뜻이었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도 마땅히 져야 할 책임 또한 없었다. 하지만 근현대사회로 오며 종교개혁, 시민혁명, 산업혁명이 잇달아 일어남으로써 이제 모든 가치는 형이상학적 진리에서 과학과 기술로 이전 되었다. 이로 인해 신분이나 종교, 권위에서 벗어나 자유를 획득했다. 그런데 이전에는 그저 신의 명령대로 혹은 하나의 진리가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든 답을 얻으며 살아온 인간들은 이러한 무한한 자유가 오히려 불안함을 가져다주었고 결국 무한한 자유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공허함만 남게 된다. 허무에 빠진 인간들은 신을 대체하여 기준으로 삼을 다른 무언가를 찾았는데 그건 바로 타인이었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 비교하며 ‘노예의 도덕’에 빠져 질투와 부정적인 감정 르상티망(ressentiment)을 느끼며 불행해 할 뿐이었다.

 이에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1844-1900)는 타인의 기준은 모두 벗어던지고 모든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용기를 가지고 자유로운 영혼인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내면 깊은 곳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15분의 고독을 가져야 한다. 인생이 외롭고 허무할 때는 오히려 스스로 고독을 가지는 것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세상을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으로 설명했는데 이것은 공상적인 관념으로 그에 의하면 생은 무한한 선과 같으며, 무한한 길이의 선은 또 원과 같다. 무로의 종결도 없으며 새로운 것이 없어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같은 것이 반복되는 영원한 회귀란 것이다. 하지만 무한히 긴 선은 어느 한 부분을 중심이라 칭할 수 없기에 내가 정한 곳이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삶에는 정해진 어떠한 것도 없으며 그건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불안한 채로 살아가는 허무의 시대는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나에게 집중하고 즐기라는 니체의 철학은 많은 현대인에게 가르침을 준다. 영생을 살 수 있는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했고, 동화나 소설에 나오는 요정이라든가 죽음을 갖지 못한 것들은 인간을 부러워했다. 삶이란 꽃과 같이 유한하기에 아름다우며 죽음이 다가올수록 삶은 이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허무함과 외로움, 방황, 절망, 좌절이 음습할 때 모순적이게도 불안이 우리가 가진 선물의 가치를 알려주고 허무함을 잊게 해준다.

 작가는 자신의 허무를 극복시킨 것은 불안이라 얘기한다. 윤윤재작가의 15분의 고독은 불안함에 삶을 깊이 고민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불안을 제 삶의 한 부분으로서 인정하고 작업의 소재로 풀어냈다. 작품 속 불안한 구도 사이사이에 배치돼있는 이미지는 차갑고 흐릿하다. 반복되는 붓질의 자국은 쓸어내리는 행위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찰나를 담아낸 듯한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윤윤재라는 개인이 허무한 삶에 스스로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15분의 고독이 되길 바라며 현대인에게 부치는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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