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술품 구입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

과거 얘기를 하나 한 후에 본론에 들어가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 전혁림 화백의 인연과 ‘통영항’ 작품에 대한 구매 얘기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인문적인 지식과 지혜가 중요하며 정치적인 만남이나 비즈니스의 만남에서도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초석이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은 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재산의 가치까지 증가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주는 유일한 인간의 창작물이다.

과거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의 상사맨들은 상대 거래처와의 만남에서 판매와 숫자를 먼저 얘기를 했는데, 외국 업체에서는 그림, 와인, 음악, 식사와 같은 문화를 통해 웜부팅을 한 후에 일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렇게 해야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깊어지고 오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와인 같은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데 집중하였고, 삼성의 경우 지역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더 좋고 큰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얘기처럼 정치에서도 동일하였다. 중국의 경우 지도자들은 정치 아카데미에서 음악과 악기를 기본적으로 교육받는다고 한다. 장쩌민은 1993년과 1997년 미국 방문과 98년 클린턴의 중국 방문 때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렀고, 1995년도 우리나라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도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한다. 


각국의 정상들이 미국의 백악관을 방문하면, 미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의 역사와 곳곳에 있는 미술작품과 음악을 통해 친교를 한다고 한다. 백악관은 다양한 역사와 유물을 간직한 곳으로 예를 들어 이스트 룸은 백악관에서 가장 큰 방이며 80 feet 정도 37 피트이다. 연회, 리셉션, 콘서트, 수상 발표 및 기자 회견과 같은 대규모 모임에 전통적으로 사용된다. Steinway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는 1938년에 백악관에 설치되었고,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는 길버트 스튜어트가 그린 그림 중 하나로 1800년 이후 여기에 매달려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에 있는 헤리티지나 예술품, 음악 등의 얘기로 어렵고 난해한 외교를 풀어나간다. 그것이 갈등과 긴장을 풀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을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전해진다. 만일 백악관을 방문한 각국의 리더들이 백악관의 역사를 알고,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보고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울려퍼지는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만찬에 나오는 음식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한다면 미국 정상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거액주고 `통영항그림 산 까닭은?
외국 순방 후 노대통령 직접 지시 … 감정가 23000만원

최근 TV 화면에 비친 청와대의 여야 지도부 만찬 간담회장에서 못 보던 초대형 그림 한 점을 눈여겨 보셨는지 궁금하다인왕홀의 서쪽 벽면을 장식한 길이 7m, 높이 2.8m의 유화 작품에는 항구도시 통영(현 통영시)항의 전경과 함께 한산섬.미륵섬 등을 어미 닭처럼 품고 있는 남해안 다도해 풍경이 추상화 기법으로 처리돼 있다그 작품이 청와대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가격 감정 과정을 거쳐 정식 구입한 '통영항'(전혁림 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가 구입한 구입한 전혁림 화가의 작품 '통영항'

국립현대미술관 가격심의위원회는 당초 이 작품 가격을 23000만원으로 산정했으나올해 나이 92세의 노 화가인 전혁림 화백은 "국가기관이그것도 청와대가 구입하겠다면 15000만원을 받아도 만족한다"며 작품 값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전 화백은 청와대로부터 제작 의뢰받은 지난 해 11월 이후 꼬박 3개월을 작품 완성에 매달렸다.

호당(號當)으로 치면 1000호에 해당하는 이 작품 구입은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그 배경에는 외국 순방 때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등 외국 정치지도자들이 외교현안 논의에 앞서 소장한 그림 자랑부터 하는 문화 마인드에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또 노 대통령은 그림 구입에 앞서 지난 해 11월 경기도 용인의 이영미술관에서 열린 전 화백의 전시회 '90, 아직은 젊다'를 찾아가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이영미술관을 방문
"구십 아직은 젊다"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전혁림(왼쪽 첫번째화백과 관람하고 있다(사진=안성식 기자)


첫 계기는 우연이었다. 지난 해 11월 초 노 대통령은 전 화백의 전시회 소식을 전하는 TV 보도를 보고 무릎을 쳤다. 경남 김해 고향에서 멀지 않은 남해안 풍경을 담은 그림 한 점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 토요일을 택해 노 대통령은 청와대 스텝들과 버스 한 대에 타고 전시회 오픈 행사장을 찾았다.

당시 미술관 측은 대통령의 방문 통보를 늦게 받았고, 그 때문에 미술관 정문의 경비원은 대통령 일행이 탄 청와대 버스가 미술관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제지했을 정도였다. 하는 수 없이 대통령 일행은 정문 앞에서 내려 전시장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시장에서 연로한 전 화백의 손목을 꼭 쥔 채 한 시간 넘게 그림을 관람하면서 거듭 찬사를 보냈다. (중앙일보 2005년 11월14일자 보도)

"화가 피카소야말로 정력의 작가로 알려졌지만, 올해 나이 망백(望百.100살을 바라본다는 뜻의 91세)인 전 화백님의 에너지는 도저히 못 당합니다. 또 피카소의 작품만 위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땅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전 화백님의 작품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전시회 이름 '90, 아직은 젊다' 대로 부디 작품활동을 많이 하시고 장수 하십시요."

노 대통령은 전 화백은 물론 전시회 오픈행사의 일환으로 초청된 남해안별신굿의 인간문화재 정영만, 여무(女巫) 정옥이씨 일행과 함께 미술관 근처 갈비탕 집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하면서 모두 3시간을 머물렀다. 청와대는 그날 오후 '토요일 문화 나들이' 를 대통령의 공식 일정으로 발표했다. 작품 구입 의뢰는 노 대통령이 그때 정식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의 그림 구입 담당 큐레이터를 대동했었다.

본래 전시회 작품을 그대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인왕홀의 벽면 크기에 맞는 새 작품 제작 의뢰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왕홀에 걸린 것은 지난 3월25일. 인왕홀은 충무홀(외국국빈 만찬장) 세종홀(국무회의장)과 함께 청와대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영미술관 김이환 관장은 "지난 해 11월 미술관 방문 때 노 대통령은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할 1970년대 말 당시 동료인 조정래 변호사와 함께 시내 전시장에서 전 화백 개인전을 관람하면서 전 화백의 그림 세계에 관심을 가졌다는 고백을 미술관 방문 당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 화백 그림에 대한 애정은 30년이 다 돼서 청와대의 대형그림 구입으로 표현된 셈이다.

전 화백은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화가. 그의 그림 세계는 크게 고향 통영(현 충무시)과 전통 민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맑은 남빛 코발트 블루 색이 주조인 화면은 통영의 하늘빛과 바다 빛을 흠뻑 빨아들인 듯 푸르게 넘실거린다. 붉고 푸른 원형의 도형이나 형태는 조선 민화에서 가져왔다. 그는 "나는 민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화면의 구성법이라든가 모티브, 색채 혹은 시대성 등이 그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전 화백은 동향의 동년배 친구 사이인 시인 청마(靑馬) 유치환.대여(大餘) 김춘수씨는 물론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과 함께 1950년대 '통영문화협회'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림으로 시를 쓰고 음악을 지어온 셈이다.

청와대 정상문 총무수석은 "노 대통령은 '통영항'이 걸린 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인왕홀을 찾아 작품감상에 몰두 하는 등 여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2006. 04. 21




지금 ‘통영항’은 어디에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통영항’에 대한 2006년 중앙일보의 기사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시의 기사 전문을 全載(전재)한 이유는 리더가 문화 예술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때 그 조직의 문화적 소양이 올라가며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예술가들을 존중하고, 우대해야 하며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이 전 계층으로 확대될 때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여러 가지 공적인 일들을 하면서 스텝이나 상임이사로 섬기는 일에 치중하는데, 한 가지 일에 대해서는 책임자로 일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최하와 차상 계층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문화에 대한 경험과 교육을 하는 일이다. 문화적 경험과 소양이 부족하면 리더로서 작은 결핍이 생길 수 있고, 큰 리더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물론,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없다고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요즈음 많은 모임에서는 그림과 음악, 음식, 와인과 위스키 그리고 다양한 역사 등 인문에 대한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중년 이후의 분들은 주식과 골프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지난 9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개최 이후로는 예술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를 가더라도 예외가 없을 정도다. 이런 대화의 주제에 경험이 부족한 경우 대화에 끼일 수도 없고, 열등감이 생길 수 있기에 성인으로 성장하기 전 아동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시작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경제적 존재이다.

그림 한 점은 우리의 삶에 행복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 부가가치의 상승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템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내 집에 손님으로 왔을 때 좋은 예술품 한 두 점이 있을 때 그 그림을 통해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손님에게 부의 플렉스가 아닌 문화적 소양을 가진 존재임을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좋다는 개념은 비싸다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우리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는 비즈니스의 주된 콘텐츠는 문화가 될 수 밖에 없고, 시민들 삶에도 자연스럽게 문화가 스며드는 구조가 된다. 이러한 때 내 삶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미래의 가치와 노후 준비를 위해서라도 예술품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이다. 예술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투자를 생각하게 될 때 초보자든 중견 수집가든 투자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죄송한 표현이나 한국 컬렉터들은 묻지마 투자와 인기작가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번 프리즈 참여 갤러리들이 한국인의 특징을 언론에 많이 노출된 작가, 미술책에서 봤거나 학교에서 배웠던 친밀하게 아는 작가에 천착한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작품들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것은 기본이고 현대 미술이 가지는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준비하여 한국 컬렉터들에게 어필했기에 대박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작품을 사야할 지를 정확하게 또는 적확하게 제시하기보다는 실수하지 않을 나만의 기준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인석

(주)르리앙 대표
의료선교단체 GIC(Global Image Care) 이사장
단국대학교 발전 자문위원장



 이인석 대표의 미술 칼럼은 매월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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