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를 알 것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3대 명품 브랜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래 전부터 이들은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산품에 가까운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고, 수요와 공급 그리고, 브랜드 로열티에 따라 비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구매 고객들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과 가격정책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공산품 브랜드들의 경우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은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그러면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시장 중 하나인 미술 시장은 어떠한가? 에 대해 고민하고 몇 차례에 걸쳐 글을 연재하려고 한다.
2007년 김용철 삼성전자 법부팀장이 쓴 <삼성을 생각한다> 로 인해 대기업들이 미술 투자를 정리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하락한 이후 미술 시장이 모처럼 봄을 맞았다. 2019년부터 시작된 미술 시장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수백만원 가격의 프리 오픈 티켓(VIP용 티켓)이 매진이 되며, 백화점에서 볼 수 있었던 오픈 런과 전날 텐트를 치고 줄서기 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이전에 그림을 전업으로 그려서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던 작가의 수는 200명이 넘지 않았다는 것이 미술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 명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확대되었다. 한국 미술 시장에 엄청난 호기가 온 것이다.
2021년을 지나면서는 심각한 거품현상과 거래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부 부도덕하고, 과한 욕심을 가진 갤러리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지금미술 시장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NFT 시장처럼 거품과 사기가 진동하는 ‘돈의 전쟁터’ 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일부는 올해가 지나기 전이나 내년 상반기에 2007년과 같은 미술 시장혹한기(겨울)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MZ 세대의 문화에 대한 수요의 폭증, 30~40대의 자산가들의 증가, RM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미술품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 기업의 예술품 구매의 증가, 상속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 집중 등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은데, 왜 미술 시장에 대해 염려가 많을까? 그것은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와 가격 평가 시스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림도 비즈니스의 그것처럼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은 작품들이 시장에 유통되어야 하지만 반대로 왜곡된 정보와 가격에 의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그림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최소 10배 이상의 가치가 상승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현재 거래되는 대부분의 그림은 10년 뒤에 현재 가격의 1/10이나 1/100의 수준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의 미술 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알뿌리의 가격상승과 폭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637년 1월 최고 정점 시기에는 ‘황제’라는 튤립의 알 뿌리 하나의 가격이 2,500 길더였다고 한다. 당시 소 한 마리의 가격이 120 길더였으니 튤립 뿌리 하나가 소 20마리와 맞먹는 3,000만 원에 판매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1637년 2월 5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자 튤립 알 뿌리 가격은 4개월만에 95~99%가 빠졌고 금보다 귀했던 튤립은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의 미술 시장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1980년대까지 미술 시장은 동양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이 때 돈이 많은 컬렉터들은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쏟아부어 유명한 동양화 작가들의 그림을 사재기 했다. 현재 그 그림들은 계륵 같은 존재일뿐더러 시장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문에 거래될 수 있다.
하지만 판매를 하는 것도 어렵고 부끄러워 노출도 못하는 이들도 대부분이다. 이유는 시장의 사이즈보다 공급이 남발되어 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어버렸고, 작품의 수준보다 과한 가격에 거래가 되었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당시의 거래가가 터무니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작가들과 미술상들은 돈방석에 앉았지만 미술 시장은 기나긴 혹한기에 접어들었고 투자했던 컬렉터의 대부분은 시장을 떠나버린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 미술 시장은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미술 애호가들이 늘어난 것만큼 미술경영 방식이 투명화되고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다.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미술 시장이 성숙되어야 하나 오히려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은 사람과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미술 시장에는 유독 오늘만 살아가는 불나방 같이 경영을 하는 곳이 많다. 미술 시장을 확대하고 성장시키는 경영자보다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너무 많다.
나는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갤러리스트들이 부자가 되고, 작가들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좋은 작품을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갤러리, 작가, 컬렉터들에 대해 쓴 소리를 하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미술 시장에서 이해 관계자가 아닌 문화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인석
(주)르리앙 대표 의료선교단체 GIC(Global Image Care) 이사장 단국대학교 발전 자문위원장
이인석 대표의 미술 칼럼은 매월 연재됩니다. ⓒ 2022. TANT All rights reserved.
에루샤를 알 것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3대 명품 브랜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래 전부터 이들은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산품에 가까운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고, 수요와 공급 그리고, 브랜드 로열티에 따라 비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구매 고객들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과 가격정책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공산품 브랜드들의 경우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은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그러면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시장 중 하나인 미술 시장은 어떠한가? 에 대해 고민하고 몇 차례에 걸쳐 글을 연재하려고 한다.
2007년 김용철 삼성전자 법부팀장이 쓴 <삼성을 생각한다> 로 인해 대기업들이 미술 투자를 정리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하락한 이후 미술 시장이 모처럼 봄을 맞았다. 2019년부터 시작된 미술 시장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수백만원 가격의 프리 오픈 티켓(VIP용 티켓)이 매진이 되며, 백화점에서 볼 수 있었던 오픈 런과 전날 텐트를 치고 줄서기 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이전에 그림을 전업으로 그려서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던 작가의 수는 200명이 넘지 않았다는 것이 미술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 명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확대되었다. 한국 미술 시장에 엄청난 호기가 온 것이다.
2021년을 지나면서는 심각한 거품현상과 거래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부 부도덕하고, 과한 욕심을 가진 갤러리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지금미술 시장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NFT 시장처럼 거품과 사기가 진동하는 ‘돈의 전쟁터’ 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일부는 올해가 지나기 전이나 내년 상반기에 2007년과 같은 미술 시장혹한기(겨울)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MZ 세대의 문화에 대한 수요의 폭증, 30~40대의 자산가들의 증가, RM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미술품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 기업의 예술품 구매의 증가, 상속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 집중 등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은데, 왜 미술 시장에 대해 염려가 많을까? 그것은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와 가격 평가 시스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림도 비즈니스의 그것처럼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은 작품들이 시장에 유통되어야 하지만 반대로 왜곡된 정보와 가격에 의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그림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최소 10배 이상의 가치가 상승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현재 거래되는 대부분의 그림은 10년 뒤에 현재 가격의 1/10이나 1/100의 수준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의 미술 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알뿌리의 가격상승과 폭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637년 1월 최고 정점 시기에는 ‘황제’라는 튤립의 알 뿌리 하나의 가격이 2,500 길더였다고 한다. 당시 소 한 마리의 가격이 120 길더였으니 튤립 뿌리 하나가 소 20마리와 맞먹는 3,000만 원에 판매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1637년 2월 5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자 튤립 알 뿌리 가격은 4개월만에 95~99%가 빠졌고 금보다 귀했던 튤립은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우리의 미술 시장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1980년대까지 미술 시장은 동양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이 때 돈이 많은 컬렉터들은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쏟아부어 유명한 동양화 작가들의 그림을 사재기 했다. 현재 그 그림들은 계륵 같은 존재일뿐더러 시장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문에 거래될 수 있다.
하지만 판매를 하는 것도 어렵고 부끄러워 노출도 못하는 이들도 대부분이다. 이유는 시장의 사이즈보다 공급이 남발되어 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어버렸고, 작품의 수준보다 과한 가격에 거래가 되었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당시의 거래가가 터무니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작가들과 미술상들은 돈방석에 앉았지만 미술 시장은 기나긴 혹한기에 접어들었고 투자했던 컬렉터의 대부분은 시장을 떠나버린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 미술 시장은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미술 애호가들이 늘어난 것만큼 미술경영 방식이 투명화되고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다.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미술 시장이 성숙되어야 하나 오히려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은 사람과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미술 시장에는 유독 오늘만 살아가는 불나방 같이 경영을 하는 곳이 많다. 미술 시장을 확대하고 성장시키는 경영자보다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너무 많다.
나는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갤러리스트들이 부자가 되고, 작가들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좋은 작품을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갤러리, 작가, 컬렉터들에 대해 쓴 소리를 하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미술 시장에서 이해 관계자가 아닌 문화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인석
(주)르리앙 대표
의료선교단체 GIC(Global Image Care) 이사장
단국대학교 발전 자문위원장
이인석 대표의 미술 칼럼은 매월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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