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모 기업의 대표와 대화 중 프리즈Frieze가 한국 지사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예상 밖의 큰 성과에 기인한 것이다.
정확한 통계가 오픈되지 않았지만 거의 1조에 가까운 작품들이 판매된 것으로 회자가 된 것을 보면, 프리즈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언론에 노출되는 매출이 매번 줄어드는 신기한 시장이 미술시장이다. 그동안 한국 화랑협회는 장점도 많았지만 하나의 이익 단체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는데 부분적으로 장애가 된 것도 사실이다. 프리즈 또는 아트 바젤같은 세계적인 아트 페어가 국내에 진출을 못한 원인 중 하나가 화랑협회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어쩔 수 없이 프리즈와 키아프KIAF가 아트페어를 공동 개최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을 막기엔 한계가 있었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반응과 판매실적은 키아프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리즈는 해외의 다양한 갤러리들 참여하고, 한국인들이 좋아할만 한 작품들을 타겟팅하여 전시하고, 모든 작가들이 창작성이 높은 작품들을 선보였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컬렉터들에게 어필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던 한국 미술시장이 2019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편 후 2020~22년은 용광로와 같이 성장의 불을 뿜는 시기를 지나왔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화랑협회는 한국 미술시장의 질적인 전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화랑에 필요한 투명한 경영과 정직한 납세와 과세 시스템의 정립, 작가와의 공정한 계약 시스템 구축, 미술품에 대한 재구매 시스템의 확립, 컬렉터에 대한 파트너십 시스템, 글로벌 아트페어와의 협력 시스템 구축, 과학적 감정 기구의 신설, 그리고 신진 작가들에 대한 발굴과 투자와 같은 본질적인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니라면 이익단체의 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해야 할 역할 행동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더 집중한 것은 아닌지 뼈져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3~4년 동안 미술시장의 호황은 화랑과 작가들이 타협하여 적정한 판매가가 아닌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를 만들어 냈고, 일부 인기작가에게 집중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되었다. 물론 갤러리들의 확대로 인해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화랑협회는 메이저 갤러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메이저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시장에 기여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크게 성장하는 데 방해요인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방식의 화랑협회는 미래관점에서 보면 미래 시장의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아트페어의 현실과 실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더 큰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컬렉터층을 다변화 할 수 있다. 현재 미술시장과 NFT는 혹한기가 아니라 빙하기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과도한 욕심과 욕망이 시장을 교란하여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호황기에는 구조조정을 하고, 불황기에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미술시장은 외형적인 성장은 했으나 질적인 전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명하지 않은 가격체계와 비합리적인 판매가는 컬렉터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절망을 안겨졌고, 20~30대 MZ 세대들까지 물밀듯이 진입하던 미술시장은 이제는 자정이라는 지난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예술품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지만,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 자산보다 높은 수익율을 가져다 줄 것으로 희망을 했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불황으로 빠져들면서 어디에서도 현금화조차 어려운 비탄력적인 자산으로 고객과 시장을 배신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물론, 소수의 블루칩 작가들의 경우는 시장의 상황과는 무관하지만 작가나 작품들 중 95%의 경우 시장의 상황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2023년은 미술시장이 투명해지고, 스스로 자체 생존력을 갖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 미술시장이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07년 이후 10년 가까운 미술시장의 불황이 지속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중장기적인 불황에 직면할 것이다. 반대로 빙하기에 필요한 생존력을 키운다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시장을 만들 수 있고, 시장의 규모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첫째 화랑협회, 둘째는 작가, 마지막으로는 문화관련 정책을 만들어가는 공무원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화랑협회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한국 미술 시장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해야 한다.
아트바젤 서울과 부산 얘기가 나오다가 최근에는 사라졌다. 반대로 아트바젤 도쿄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와 문화 영역도 같이 정체기를 겪고 있고, 반대로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미술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여 글로벌 아트페어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때 아트바젤 서울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일례로 스마트팜의 경우 좋은 생각을 가진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농민단체의 반발로 진행되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설 단가를 낮추고, 데이터를 쌓아야만 농업의 미래 영역 중 하나를 준비할 수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좋은 결과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나는 과거 스마트팜 실패사례를 보면서 아트바젤 서울을 운영하려고 하는 기업과 화랑협회, 아트바젤 본사가 함께 연합하여 SPC를 만들고 적절한 이사회와 주주 구성, 그리고 한국 미술을 위해 이익의 25~30%까지 내어놓을 수 있다면 화랑협회도 반대를 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화랑협회 외에도 해결해야 할 선행과제들이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정리와 타협의 수순이 필요해 보인다.
아트바젤 서울을 모든 미술관계자들이 공통의 해결과제로 인식하고 총력을 모아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야 한다. ‘아트바젤 서울’을 통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과 운영시스템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한국 미술시장이 10년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국내의 좋은 작가들을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석
(주)르리앙 대표
의료선교단체 GIC(Global Image Care) 이사장
단국대학교 발전 자문위원장
이인석 대표의 미술 칼럼은 매월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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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모 기업의 대표와 대화 중 프리즈Frieze가 한국 지사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예상 밖의 큰 성과에 기인한 것이다.
정확한 통계가 오픈되지 않았지만 거의 1조에 가까운 작품들이 판매된 것으로 회자가 된 것을 보면, 프리즈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언론에 노출되는 매출이 매번 줄어드는 신기한 시장이 미술시장이다. 그동안 한국 화랑협회는 장점도 많았지만 하나의 이익 단체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는데 부분적으로 장애가 된 것도 사실이다. 프리즈 또는 아트 바젤같은 세계적인 아트 페어가 국내에 진출을 못한 원인 중 하나가 화랑협회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어쩔 수 없이 프리즈와 키아프KIAF가 아트페어를 공동 개최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을 막기엔 한계가 있었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반응과 판매실적은 키아프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리즈는 해외의 다양한 갤러리들 참여하고, 한국인들이 좋아할만 한 작품들을 타겟팅하여 전시하고, 모든 작가들이 창작성이 높은 작품들을 선보였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컬렉터들에게 어필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던 한국 미술시장이 2019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편 후 2020~22년은 용광로와 같이 성장의 불을 뿜는 시기를 지나왔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화랑협회는 한국 미술시장의 질적인 전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화랑에 필요한 투명한 경영과 정직한 납세와 과세 시스템의 정립, 작가와의 공정한 계약 시스템 구축, 미술품에 대한 재구매 시스템의 확립, 컬렉터에 대한 파트너십 시스템, 글로벌 아트페어와의 협력 시스템 구축, 과학적 감정 기구의 신설, 그리고 신진 작가들에 대한 발굴과 투자와 같은 본질적인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니라면 이익단체의 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해야 할 역할 행동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더 집중한 것은 아닌지 뼈져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3~4년 동안 미술시장의 호황은 화랑과 작가들이 타협하여 적정한 판매가가 아닌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를 만들어 냈고, 일부 인기작가에게 집중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되었다. 물론 갤러리들의 확대로 인해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화랑협회는 메이저 갤러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메이저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시장에 기여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크게 성장하는 데 방해요인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방식의 화랑협회는 미래관점에서 보면 미래 시장의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아트페어의 현실과 실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더 큰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컬렉터층을 다변화 할 수 있다. 현재 미술시장과 NFT는 혹한기가 아니라 빙하기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과도한 욕심과 욕망이 시장을 교란하여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호황기에는 구조조정을 하고, 불황기에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미술시장은 외형적인 성장은 했으나 질적인 전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명하지 않은 가격체계와 비합리적인 판매가는 컬렉터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절망을 안겨졌고, 20~30대 MZ 세대들까지 물밀듯이 진입하던 미술시장은 이제는 자정이라는 지난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예술품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지만,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 자산보다 높은 수익율을 가져다 줄 것으로 희망을 했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불황으로 빠져들면서 어디에서도 현금화조차 어려운 비탄력적인 자산으로 고객과 시장을 배신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물론, 소수의 블루칩 작가들의 경우는 시장의 상황과는 무관하지만 작가나 작품들 중 95%의 경우 시장의 상황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2023년은 미술시장이 투명해지고, 스스로 자체 생존력을 갖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 미술시장이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07년 이후 10년 가까운 미술시장의 불황이 지속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중장기적인 불황에 직면할 것이다. 반대로 빙하기에 필요한 생존력을 키운다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시장을 만들 수 있고, 시장의 규모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첫째 화랑협회, 둘째는 작가, 마지막으로는 문화관련 정책을 만들어가는 공무원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화랑협회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한국 미술 시장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해야 한다.
아트바젤 서울과 부산 얘기가 나오다가 최근에는 사라졌다. 반대로 아트바젤 도쿄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와 문화 영역도 같이 정체기를 겪고 있고, 반대로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미술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여 글로벌 아트페어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때 아트바젤 서울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일례로 스마트팜의 경우 좋은 생각을 가진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농민단체의 반발로 진행되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설 단가를 낮추고, 데이터를 쌓아야만 농업의 미래 영역 중 하나를 준비할 수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좋은 결과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나는 과거 스마트팜 실패사례를 보면서 아트바젤 서울을 운영하려고 하는 기업과 화랑협회, 아트바젤 본사가 함께 연합하여 SPC를 만들고 적절한 이사회와 주주 구성, 그리고 한국 미술을 위해 이익의 25~30%까지 내어놓을 수 있다면 화랑협회도 반대를 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화랑협회 외에도 해결해야 할 선행과제들이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정리와 타협의 수순이 필요해 보인다.
아트바젤 서울을 모든 미술관계자들이 공통의 해결과제로 인식하고 총력을 모아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야 한다. ‘아트바젤 서울’을 통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과 운영시스템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한국 미술시장이 10년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국내의 좋은 작가들을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석
(주)르리앙 대표
의료선교단체 GIC(Global Image Care) 이사장
단국대학교 발전 자문위원장
이인석 대표의 미술 칼럼은 매월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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